SBS 드라마 모범택시(Taxi Driver)는 2021년 방영된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사회정의 복수극이다. "정의는 죽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복수해주는 비밀조직 ‘무지개 운수’의 활약을 그린다. 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 드라마를 넘어,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인간의 도덕적 양심을 묻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방영 당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사건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통쾌함과 동시에 깊은 여운을 느꼈다.

1. 법이 놓친 자들을 위한 ‘대리 복수’의 세계
『모범택시』의 중심에는 “정의의 사각지대”가 있다. 범죄 피해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가해자들이 처벌을 피해 웃는 현실 속에서, ‘무지개 운수’는 합법의 경계를 넘어 복수를 대행한다. 이 비밀조직의 실체는 택시회사로 위장한 ‘레인보우 운수’, 그리고 그 내부의 엘리트 요원들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택시지만, 내부에는 첨단 장비와 비밀 지하본부가 존재한다. 주인공 김도기는 전직 특수부대 장교로, 어머니를 잃은 피해자 출신이다. 그는 “누구도 나 대신 복수해주지 않는다”는 현실 속에서 정의를 스스로 실현하기 위해 무지개 운수에 합류한다. 각 에피소드마다 ‘실제 사회 문제’를 모티브로 한 사건이 등장한다. 학교 폭력, 직장 내 괴롭힘, 사이버 범죄, 보이스피싱, 성범죄, 장애인 학대 등 현실에서 뉴스로 봤던 이슈들이 그대로 드라마 속으로 들어온다. ‘무지개 운수’는 피해자 대신 복수를 완수하지만, 그 끝에는 항상 질문이 남는다. “우리가 진짜 정의로운가?” 법의 틀을 벗어난 정의 실현은 달콤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이 긴장감이 『모범택시』를 단순한 액션물이 아닌 사회적 드라마로 만들어준다.
2. 각자의 상처를 품은 ‘무지개 운수’ 팀원들
- 김도기(이제훈 분)는 전직 특수부대 장교로, 어머니가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냉철하고 치밀한 성격을 지녔지만, 피해자 앞에서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의 복수는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법이 실패한 정의’를 대신 실현하려는 행위다.
- 장성철(김의성 분)은 무지개 운수의 대표이자 실질적인 리더다. 과거 검찰 출신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싸우다 제도적 한계를 느끼고 비밀조직을 만든 인물이다. 그의 존재는 ‘제도 vs 현실’의 균열을 상징한다.
- 안고은(표예진 분)은 해커이자 IT 전문가로, 디지털 장비를 통해 팀의 눈과 귀가 된다. 사이버 범죄 피해자였던 그녀는 기술로 정의를 실현하며 자신의 과거를 치유한다.
- 최경구(장혁진 분)와 박진언(배유람 분)은 각각 기술자와 엔지니어로, 조직의 실무를 담당한다. 이들의 케미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드라마에 유머와 인간미를 불어넣는다.
- 이외에도 정의를 신념으로 삼는 검사 강하나(이솜 분)가 등장해, 무지개 운수의 ‘법 밖의 정의’와 대조되는 ‘법 안의 정의’를 상징한다. 그녀는 도기와 충돌하면서도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이렇듯 『모범택시』의 인물들은 모두 상처를 가진 자들이며, 그 상처를 통해 ‘정의’라는 공동의 목표로 묶여 있다. 이 점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핵심이다.
3. 현실 고발과 대리 카타르시스의 조화
『모범택시』의 제작진은 이 드라마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직접적으로 비추고,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정의가 실현되는 쾌감을 선사하고자 했다. 방영 당시, 드라마 속 사건들이 실제 사회 사건(‘텔레그램 n번방’, ‘직장 내 괴롭힘’, ‘장애인 시설 학대’)을 연상시켜 화제가 되었고, 시청자들은 “이건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의 복사판”이라 평가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제작진은 "정의 구현의 끝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는 철학을 전한다. 도기의 복수는 통쾌하지만, 그가 느끼는 공허함과 자책감은 시청자에게 ‘정의의 무게’를 묻게 한다. 또한 『모범택시』는 시청률 중심의 상업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 폭력과 범죄를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피해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이 드라마는 오락성과 사회성의 균형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4. 통쾌한 복수와 팀플레이의 시너지
‘모범택시’의 가장 큰 재미는 복수의 쾌감이다. 현실에서는 가해자가 법망을 피해가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들이 철저히 응징받는다. “정의구현 대리서비스”라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또한 각 회차마다 완결형 사건이 펼쳐져 몰입감이 높다. 복수의 방식이 매번 달라지고, IT 해킹, 위장 작전, 잠입 수사 등 다채로운 전개가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액션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훈의 카체이싱과 격투 장면은 ‘한국형 히어로물’이라 불릴 만큼 완성도가 높다. 여기에 ‘무지개 운수’ 팀원들의 유쾌한 케미와 유머가 더해져 무겁지 않게 시청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인물 간의 관계 변화와 팀워크가 깊어지면서, 시청자들은 단순히 복수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정의를 실현하는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정리
『모범택시』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정의와 인간성, 그리고 사회적 시스템의 한계를 날카롭게 드러낸 드라마다. 법이 외면한 피해자들을 위해 누군가 대신 싸워준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을 상징한다. 도기와 무지개 운수는 그저 상상 속의 조직이지만,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현실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진짜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청자에게 사이다 같은 통쾌함과 동시에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만약 당신이 단순히 액션과 복수를 넘어, 사회적 의미와 감정적 깊이를 함께 느끼고 싶다면 『모범택시』는 반드시 봐야 할 드라마다. 결국 이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법이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스스로 정의가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