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방영된 tvN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음악 판타지 성장물’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기반으로, 10대의 성장과 가족, 그리고 운명적 만남을 다룬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신인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 따뜻한 메시지, 음악적 감성, 그리고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요소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방영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청각장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CODA(Children of Deaf Adults) 소년이 음악적 재능을 펼치기 위해 분투하며 경험하는 갈등과 성장이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단순한 청춘 로맨스나 가벼운 판타지물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관계의 본질,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진심 같은 묵직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담아냈기 때문이다.〈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작게는 10대의 성장 스토리이지만, 크게 보면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선택과 갈등, 그리고 후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 속에서 음악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이며, 세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따뜻하다”, “보는 내내 울컥한다”, “음악이 이렇게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구나” 같은 호평을 받으며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 리스트에 오르게 되었다.

1. 음악이 연결한 시간, 그리고 인생의 두 번째 기회
〈반짝이는 워터멜론〉의 스토리는 CODA 소년 은갬(려운)이 청각장애인 부모와 형 사이에서 유독 ‘정상적인 아이’로 살아가야 했던 현실에서 출발한다. 갬은 가족을 위해 늘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만, 동시에 음악적 재능을 누구보다 강하게 타고난 인물이다. 그러나 음악을 이해할 수 없는 부모의 상황 때문에 그는 자신의 꿈을 충분히 펼치지 못한다. 이러한 갈등은 드라마 초반에 깊은 감정선을 형성한다. 이후 은갬은 우연한 사건을 통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의 아버지의 18살 시절을 마주하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갬은 과거에서 젊은 아버지를 도우며 그의 인생을 바꿔야 하는 운명처럼 보이는 선택에 놓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깨닫게 된다. “아버지의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진정한 변화라는 것을. 스토리는 판타지적 장치를 사용하지만, 결국 인간관계에 대한 현실적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과거에서 만나게 되는 세 친구들과의 밴드 결성, 10대의 풋풋한 사랑, 그리고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인물들의 성장 서사가 꽤 섬세하게 그려진다. 음악은 이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서로를 연결하는 언어가 된다. 단지 장면을 멋지게 꾸미는 역할이 아니라, 캐릭터의 감정과 서사에 ‘진짜 힘’을 준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특별함이다.
2.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 청춘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캐릭터 각각이 살아 움직인다.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청춘 드라마 속 캐릭터가 아니라, 각자의 사연과 상처, 성장 이유를 가진 독립적인 존재들이다. 특히 주인공 은갬과 그가 마주하는 과거 세대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변화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은갬(려운)은 가족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 때문에 자신의 꿈을 숨겨야 했던 인물이다. 그는 부모의 장애를 이해하고 지지해왔지만, 동시에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무게 때문에 자신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갬이 과거로 가서 아버지의 고교 시절을 보며 느끼는 감정적 변화는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어린 나이에 ‘가족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어깨에 짊어진 소년의 마음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찬(최현욱)은 과거에서 은갬이 만나게 되는 아버지의 18살 모습이다. 겉으로는 밝고 유쾌하지만, 가정사와 꿈 사이에서 상처를 품고 있는 인물이며, 그의 감정선은 극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부모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10대의 시절이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세경(신은수)은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나지만 외로움이 깊은 캐릭터로, 은갬과 새로운 감정적 관계를 쌓아가며 드라마의 서정성을 더한다. 그 외에도 밴드 멤버들, 친구들, 그리고 은갬의 가족들은 모두 개성이 살아 있으며, 하나의 퍼즐처럼 서로의 성장 과정에 기여한다.
이 드라마가 돋보이는 이유는 캐릭터들이 서로를 변화시키는 ‘관계성’이 핵심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개인의 성장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3. 음악과 청춘, 그리고 눈물 만드는 감성의 조화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많은 시청자에게 기억되는 이유는 ‘재미’의 결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청춘의 설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판타지의 흥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드라마는 음악, 감성, 성장, 가족, 웃음, 여운이 서로 자연스럽게 엮여 하나의 잘 만든 ‘돌아보고 싶은 이야기’가 된다. 가장 큰 재미는 역시 음악이다. 실제 라이브 연주 느낌이 살아 있는 밴드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두드리고, 인물들의 감정이 음악을 통해 시각적으로 확장된다. 이것은 단순한 OST 감동이 아니라,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음악이 표현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다음으로는 타임슬립 미스터리 요소이다. 왜 갬은 과거로 갔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현대로 돌아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 세대의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는지가 흥미롭고 서정적인 방식으로 그려진다. 결과적으로 이 판타지는 설정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한 구조로 작동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가 주는 감정의 힘이다. 부모 세대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순간, 자신을 억누르던 짐을 내려놓는 순간, 꿈을 선택하는 순간, 친구를 구하는 순간 등 수많은 장면이 시청자에게 ‘울컥함’을 선사한다. 이상하게도 무겁지 않게, 그리고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마음을 건드린다. 그것이 〈반짝이는 워터멜론〉만의 마력이다.
마무리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의 성장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부모와 자식, 친구와 사랑, 세대와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다.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현실적인 감정선을 절대 놓치지 않으며, 특히 가족 관계의 미묘한 균열과 화해를 깊고 섬세하게 다룬다. 이 드라마는 성장물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감동을 전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그리고 “음악은 마음을 여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한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치 오래된 성장앨범을 다시 펼쳐보는 듯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이해하게 만들고, ‘그때의 나’를 위로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음악과 성장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한번은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