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방영된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는 언뜻 보면 단순한 청춘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20~30대가 겪는 현실적 고민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이 드라마가 유독 오래 회자되는 이유는 화려한 배경이나 판타지적 요소를 벗어나,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무기력함’과 ‘꿈을 향한 두려움’ 그리고 ‘지지 않는 관계’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들의 현실적인 대사와 일상적인 갈등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공감을 일으켰다. 세상은 언제나 “안 된다, 하지 마라, 이제 늦었다”라고 말하지만, 주인공들은 무시하고 자기 길을 간다. 그래서 제목도 ‘쌈, 마이웨이(싸워서 내 길을 간다)’이다. 말 그대로 인생과 맞서 싸워가는 이야기다. 한때 촉망받던 태권도 유망주였던 고동만, 현직 아나운서를 꿈꾸지만 현실은 백화점 안내원인 최애라, 그리고 온갖 불안 속에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려 애쓰는 김주만과 백설희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 주변 친구들이 겪는 일과 다를 바 없다. 평범하기 때문에 더 특별해진 이야기,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기존 드라마 분석 글의 형식을 참고하되, 동일하게 보이지 않도록 비순차적 구조로 재편하고, 사람의 감정 흐름이 살아있는 표현으로 〈쌈, 마이웨이〉의 매력을 깊이 있게 분석해본다.

1. 줄거리_현실의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되는 청춘의 재도전
〈쌈, 마이웨이〉의 중심에는 ‘잃어버린 꿈을 되찾는 여정’이라는 커다란 줄기가 있다. 고동만은 과거 국가대표를 꿈꿨지만, 현실의 다양한 벽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해충 방제 직원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격투기’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나면서 그는 스스로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결심한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나 이제 진짜 해보려고"라는 말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억눌려 있던 자아가 깨어나는 순간의 선언처럼 느껴진다. 최애라의 스토리 역시 굉장히 사실적이다. 어려서부터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지만 여러 번의 낙방과 현실적 조건 때문에 백화점 안내 데스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애라는 한 번도 스스로의 꿈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고 싶은 삶을 위해, 언제든 다시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이다. 억척스럽고 때로는 좌충우돌하지만, 그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더 진하게 다가온다.
이 드라마의 플롯이 강한 이유는 주인공들이 꿈과 사랑을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거창한 세계를 보지 않는다. 그저 버스카드 충전하며 하루를 버티는 청춘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미래를 고민하는 청춘들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 현실적인 고단함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 된다. 결국 〈쌈, 마이웨이〉는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출발점에서도 인간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며 특별한 여운을 남긴다.
2. 주요인물_서로의 등 뒤에서 밀어주는 진짜 친구이자 연인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은 단연 ‘캐릭터 간의 관계’에 있다. 청춘을 그린 드라마는 많지만, 이렇게 서로의 등 뒤에서 조용히 밀어주고 때로는 끌어주는 관계성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은 많지 않다. 고동만은 단순한 열혈 격투기가 아니다. 패배의 기억과 트라우마, 사회적 실패와 콤플렉스, 부모님과의 갈등까지 복합적인 층위를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이런 결핍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성장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인간적이다. 그래서 그의 도전은 단순한 ‘꿈 찾기’가 아니라 ‘존재의 회복’에 가깝다. 최애라는 동만의 오랜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꿈의 동료’다. 둘의 관계는 연인으로 발전하기 전부터 이미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파트너십에 가까웠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누구보다 상대의 상처를 잘 이해하며, 때로는 잔소리와 다툼 속에서도 서로의 바닥을 일으켜 세운다. 김주만과 백설희 커플은 ‘오래된 연인의 현실’을 가장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사랑과 현실, 자존감과 타협의 문제, 그리고 연애와 결혼 사이의 무게를 굉장히 현실적인 방식으로 다룬다. 이 커플의 갈등은 단순한 서브 스토리가 아니라, 많은 시청자들이 자신의 과거 혹은 현재를 그대로 보는 듯한 공감대를 선사했다. 〈쌈, 마이웨이〉의 캐릭터는 단순히 설정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청자가 살아온 삶의 조각들을 그대로 투영한 듯한, 입체적이고 리얼한 사람들이다.
3. 제작의도_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연출의 힘
〈쌈, 마이웨이〉는 표면적으로는 ‘청춘 코믹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제작진은 이 장르적 틀 속에 묵직한 현실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 드라마가 사랑받은 이유는 ‘재미와 메시지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았기 때문이다. 우선 연출은 일상적이면서도 리듬감이 있다. 가벼운 유머와 현실적 대사가 위트 있게 섞이며, 과장되지 않은 감정 연출이 시청자에게 편안함을 준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깊어지는 순간에는 화면의 색감, 음악, 인물의 동선을 매우 세밀하게 조절해 감정의 밀도를 높인다. 그 덕분에 작은 대사 하나, 장면 하나가 의외로 큰 여운을 남긴다. 스토리 구조 역시 재미 요소를 충분히 담고 있다. 동만의 격투기 장면은 현실적인 긴장감을 주면서도 성장 서사를 극대화하고, 애라의 아나운서 도전 장면은 진심과 울컥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조연 캐릭터들의 생활 밀착형 에피소드도 작품의 분위기를 밝게 유지하며 재미를 더한다. 가장 중요한 제작 의도는 아마도 ‘지지 않는 청춘의 얼굴을 보여주자’였을 것이다. 실패한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청춘을 대단히 특별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그냥 현재의 삶이 버겁지만, 그래도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꿈꾸는 모습이 곧 우리의 현실이라는 메시지를 편안한 톤으로 전달한다. 바로 이 가벼움 속의 진지함이 〈쌈, 마이웨이〉를 흔한 청춘물에서 벗어나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마무리
〈쌈, 마이웨이〉는 한때 반짝이던 꿈을 잃어버리고, 사회의 냉정한 기준 속에서 방향을 잃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동시에 그들이 다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 따뜻하게 그려낸 드라마다. 현실은 언제나 만만치 않지만, 그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들 덕분에 시청자는 자신의 삶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 드라마는 화려한 메시지를 내세우지 않지만, 그 담담함 속에서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리고 때로는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를 믿고 나아갈 수 있다”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진리를 전한다. 따뜻한 청춘물, 현실적인 성장 서사, 유쾌한 로맨스를 동시에 찾는 시청자에게 〈쌈, 마이웨이〉는 언제 보아도 후회 없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