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11. 5. 22:25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 인간의 악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링의 시작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범죄 심리 수사극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파일러로 불리는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범인을 잡는 수사극이 아니라, ‘악’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내면 탐구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기존 범죄 드라마들과 차별화된다. 감독 박보람, 극본 설이나가 연출한 이 작품은 실제 199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연쇄살인이라는 끔찍한 사건들과 그 안에서 ‘악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형사들의 고뇌를 세밀하게 담아냈다. “살인자의 마음을 이해해야만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처럼,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냉철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심리적 울림과 충격을 동시에 안긴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화려한 액션 대신 인간의 심리와 감정선을 치밀하게 파고들며, ‘악’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닌 사회와 인간의 관계 속 문제로 확장한다.

 

두남자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진 포스터

 

1. 줄거리 : 인간의 악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링의 시작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중심에는 연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던 1990년대의 한국 사회가 있다. 경찰은 잔혹한 범죄를 마주하면서도 범인의 심리를 파악할 방법이 없어 수사에 번번이 실패한다. 이때 강력계 형사 송하영(김남길)이 등장한다. 그는 단순히 ‘증거’를 좇는 형사가 아니라, ‘범죄자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시작한다. 송하영은 “범인을 이해해야 잡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심리 분석을 도입하고, 동료인 국영수(진선규)와 함께 프로파일링 기법을 구축해나간다. 이들은 범죄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하고, 범죄자의 심리를 도표로 기록하며, 과학적인 분석의 기틀을 세워간다. 드라마는 실제로 대한민국 사회가 ‘연쇄살인’이라는 새로운 범죄 유형을 처음 마주하던 시대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개구리소년 사건 등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장면들은 그 시대의 공포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수사는 점차 심리전의 형태로 발전하고, 범죄자와 수사관의 대립은 마치 인간 대 인간의 내면 싸움처럼 그려진다.

2. 주요인물 : 인간의 심연을 파헤치는 형사들

  • 송하영 (김남길)
    냉철하고 이성적인 형사지만, 누구보다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인물이다. 그는 잔혹한 범죄 앞에서도 감정을 억누르고, 오히려 범인의 심리를 분석하려 한다. 김남길은 섬세한 표정과 묵직한 연기로 ‘프로파일러의 탄생’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 국영수 (진선규)
    송하영의 선배이자 심리분석을 함께 연구하는 동료 형사다. 감성과 직관을 중요시하며, 하영과는 대조적인 성격을 보인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사하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악’을 마주하며 점점 변화한다.
  • 윤태구 (김소진)
    언론사 기자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집요한 인물이다. 수사관과 언론인의 경계에서 진실과 왜곡, 정의와 현실 사이의 딜레마를 상징한다. 그녀의 존재는 ‘악을 이해하는 일’이 단순히 경찰의 몫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수많은 형사와 범죄자, 그리고 피해자 유가족들이 등장하며, 각자의 상처와 고통이 교차한다. 그들은 모두 ‘악’을 둘러싼 인간의 군상을 완성시키는 조각들이다.

3. 제작의도 : 범죄를 넘은 인간 심리 탐구

이 드라마의 제작 의도는 명확하다. 단순히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묻는 것이다. 기존의 수사물들이 사건 해결 중심이었다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범죄의 배경, 사회적 환경, 인간 심리의 균열을 탐구한다. 이는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사실적인 디테일 덕분에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연출 면에서도 박보람 감독은 잔혹한 장면을 과도하게 보여주지 않고, 공포의 여운과 심리적 긴장감으로 압박하는 연출 기법을 택했다. 덕분에 시청자는 직접적인 자극이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어둠”을 체감하게 된다. 또한 드라마는 199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세밀하게 복원함으로써, 한국 범죄수사의 태동기를 기록한다. 낡은 수사 방식에서 벗어나 과학수사로 나아가는 과정은, 단순히 범죄 드라마를 넘어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역사적 의미까지 담아낸다.

4. 재미요소 : 심리전의 몰입감과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가장 큰 재미 요소는 ‘심리전의 긴장감’이다. 이 드라마에는 화려한 액션이나 추격 장면보다 대화와 눈빛으로 이루어진 전투가 많다. 범죄자와 수사관이 마주 앉은 면담 장면에서는 시청자까지 숨을 죽이게 만든다. 특히 김남길과 진선규의 연기 호흡은 작품의 중심축이다. 두 배우는 인간 내면의 선과 악, 이성과 감정, 논리와 본능이 충돌하는 장면들을 완벽히 표현했다. 김소진 역시 특유의 현실적인 연기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작품 전체에 흐르는 음울한 색감, 낮은 조도, 잔잔한 배경음악은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어, 시청자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현실감 속에서 “악은 멀리 있지 않다”는 섬뜩한 깨달음을 얻는다.

정리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단순한 범죄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악’을 추적하는 인간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하는 어둠에 대한 자문이다. 송하영은 범죄자의 마음을 읽으며 점점 더 자신의 인간성을 시험당하고, 시청자는 그 과정을 통해 “이해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의 경계”를 고민하게 된다.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악을 이기려면, 먼저 악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해는 누군가의 고통 위에 세워진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한국형 범죄 수사극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자극적인 범죄물이 아닌, 심리와 인간성의 깊이를 탐구한 작품으로, 범죄 드라마의 본질을 다시 정의했다. 한 인간의 고뇌, 사회의 그림자, 그리고 ‘악의 구조’를 파헤친 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마음속 어둠을 직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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