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는 발매 직후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온 작품이다. 아이돌이라는 화려한 세계 속에서 벗어나 홀로 숨어 들어온 한 소녀와, 평범하지만 따뜻한 시선을 가진 대학생 청년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얼핏 보면 단순한 로맨스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이 가진 힘은 ‘사랑 이야기’ 너머에 존재한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가진 구조적 문제, 청춘들이 마주하는 외로움과 심리적 부담, 그리고 인간 관계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온도 차이를 깊이 있게 담아낸다. 특히 웹툰 원작의 감성을 제대로 살리면서도 배우들의 현실적인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였고, 곳곳에 배치된 연출적 장치들이 캐릭터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따라가게 만들었다. 화려함과 어둠, 따뜻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세계 속에서 ‘사랑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이두나!>는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로 분류되기에는 아까운, 감정의 결이 매우 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 캐릭터 중심 분석_아이돌과 청춘의 상처, 그리고 성장
드라마 <이두나!>가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바로 캐릭터다. 무엇보다 이두나는 단순히 ‘은퇴한 아이돌’이라는 소개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이다. 겉으로는 당돌하고 차갑게 보이는데, 실제로는 타인의 시선과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어야 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가 쉐어하우스에 숨어들 듯 들어온 이유도 결국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원우(양세종)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담긴 따뜻함이 두나에게는 오히려 낯설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존재다. 계산적이지 않고 누구나에게 친절하며 조금은 순진해 보이는 그의 행동들은 두나의 닫혀 마음을 조금씩 열게 만든다. 특히 이두나가 동공을 떨며 감정을 숨기려 할 때, 원우는 ‘괜찮다’는 말 대신 그저 곁에 있어주는 방식으로 그녀를 존중한다. 이 관계성의 조화가 바로 <이두나!>의 핵심 감정이다. 조연 캐릭터들 역시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쉐어하우스 친구들은 현실 청춘의 고민, 취업, 인간관계, 사랑의 실패을 자연스럽게 대변하며 극의 현실감을 높인다. 화려한 세계에서 탈출해온 두나와, 평범한 일상을 사는 대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감정의 온도 변화는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2. 플롯 분석_사랑이 아닌 ‘존재’의 이야기를 그리다
<이두나!>의 줄거리는 얼핏 보면 전형적인 로맨스 클리셰처럼 보일 수 있다. 한 집에 살게 된 남녀,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며 가까워지고 결국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단순함 속에 ‘현실’을 끼워 넣는다. 가장 큰 축은 이두나의 내면 변화다. 그녀가 아이돌 생활에서 받은 상처는 단순한 인간관계의 갈등 수준을 넘어선다. 대중의 시선, 소속사의 강압, 감정 소모... 결국 그녀는 ‘이두나라는 상품’과 ‘두나라는 사람’ 사이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무너져 있었다. 이 지점에서 원우의 존재는 플롯의 전환점이 된다. 그는 두나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해주지 않지만, ‘편안함’이라는 감정을 준다. 오히려 이 단순한 감정이 두나에게는 지금껏 살아오며 단 한 번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기에 더 강렬하게 와닿는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애틋하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각자가 살아온 현실의 무게가 끊임없이 둘을 흔들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부에 가까워질수록 작품은 로맨스보다는 ‘각자의 삶을 선택하는 용기’라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는다. 감정의 결말이 어떻게 흘러가든 간에, 이두나가 스스로의 삶을 다시 잡아가는 과정 자체가 드라마의 핵심 플롯이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되찾는 서사’가 숨어 있는 것이다.
3. 제작 의도 & 재미 요소 결합 분석_감정의 밀도를 높인 연출의 힘
제작진은 인터뷰에서 “청춘의 불안과 인간의 외로움을 섬세하게 다루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드라마는 과장된 갈등 대신 조용하지만 묵직한 감정선으로 서사를 밀어붙인다. 이두나의 미세한 표정 변화, 원우의 주저하는 이유들,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순간의 떨림까지 화면에 그대로 묻어난다. 다분히 현실적인 연출이기에 대사 한 줄 없이도 감정이 전달되는 장면이 많다.
재미 요소 역시 단순하지 않다. 이 작품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로맨스적 설렘뿐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에서 오는 감정적 만족감 덕분이다. 흔한 드라마 공식처럼 빠르게 고백하거나 화려한 사건이 터지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우연한 순간들, 계단에서 마주친 눈빛, 비 오는 날 함께 걷는 발걸음, 사소한 말다툼이 쌓여 감정을 단단하게 만든다. 또한 아이돌 세계의 어두운 이면을 극단적으로 과장하지 않고, 실제 업계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차분히 녹여낸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두나라는 캐릭터가 단순한 ‘상처받은 히로인’이 아니라, 정말로 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불안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려진 것이다.
마무리
넷플릭스 <이두나!>는 아이돌의 화려한 세계와 평범한 청춘의 일상이 교차하는 가운데, 인간의 외로움과 사랑, 그리고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라, ‘상처받은 한 사람이 자신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기에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나와 원우의 감정선은 설렘과 슬픔,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있어 현실의 사랑이 가진 복잡함을 제대로 반영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화려한 장면이나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감정의 디테일’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 나면 스토리보다 장면 하나하나가 오래 여운에 남는다. 청춘의 불안함이 무엇인지, 사랑이 어떤 형태로 사람을 변화시키는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이두나!>는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감정 로맨스를 찾는 시청자에게, 그리고 청춘의 복잡한 감정들을 진짜처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강렬하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