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흔히 보기 힘든 ‘회귀·빙의’ 장르를 재벌가 서사와 결합한 독특한 작품이다. 고졸 비서 출신으로 평생을 재벌가 ‘오너 리스크’를 책임져 온 남자가 어느 날 총격을 받고 ‘순양그룹’ 막내손자 자리에 환생하며 시작되는 이 드라마는, 부와 권력, 복수와 정의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많은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동시에 종영 이후에는 결말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왜 이 드라마가 화제가 되었는지를 분석해본다.

1. 회귀한 회사원, 재벌가 막내아들로 권력을 향해
드라마의 플롯은 평범한 듯 시작하지만, 그 안에 복잡한 구조가 숨겨져 있다. 주인공 윤현우는 고졸 비서 출신으로 ‘순양그룹’에서 오너 일가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핵심 직원이다. 그러던 중 윤현우는 사고로 총격을 받고 사망 직전, 눈을 떠보니 자신이 드라마 속 또 다른 인물인 막내손자 진도준으로 환생해 있었다. 이 환생 설정이 곧 권력 투쟁의 무대가 된다. 막내손자로서 진도준은 순양그룹 내부의 권력 구조와 상속 경쟁, 기업 합병·인수·투자 등을 기획하며 빠르게 그룹 내 입지를 다진다. 하지만 결말부에는 이러한 회귀 서사가 ‘꿈이었거나 환상’이라는 설정이 드러나며, 시청자들에게 묘한 허탈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플롯은 권력과 복수, 환생이라는 장치를 통해 ‘내가 만약 권력자가 된다면’이라는 상상을 자극하면서도, 마무리에서 ‘꿈’이거나 ‘참회’였다는 반전을 통해 또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2. 욕망과 야망을 품은 인물 군상
- 진도준 / 윤현우(배우: 송중기) : 윤현우로 시작해 진도준으로 환생한 만큼, 두 신분을 오가며 권력의 정점을 향해 나아간다. 화려한 성공 스토리 같지만, 그 뒤에는 배신과 갈등, 자기 존재에 대한 회의가 놓여 있다.
- 진양철(배우: 이성민) : 순양그룹 회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장자승계와 막내승계 사이에서 갈등하며, 진도준의 등장과 성장에 복잡한 감정을 보인다.
- 서민영(배우: 신현빈) : 검사로 등장해 순양그룹의 비리와 맞서는 인물. 진도준/윤현우와의 관계 속에서 진실을 향해 나아가며, 권력서사의 법적·윤리적 축을 담당한다.
그 외에도 진영기, 진동기, 진화영 등 순양 일가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각자의 욕망과 약점을 안고 등장하며 드라마에 긴장감과 층위를 더한다.
3. 웹소설 IP·회귀물의 상업화와 현실의 반영
제작진과 콘텐츠 업계가 이 작품을 기획한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의도가 있다. 첫째, 이 드라마는 웹소설 원작이다. 2017년 문피아 연재작을 각색해 드라마화했다. 이는 웹소설의 회귀·빙의 장르가 대중문화에서도 소비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둘째, 회귀·환생이라는 판타지 장치를 통해 현실의 ‘계층 이동’, ‘재벌가 권력 구조’, ‘금수저·흙수저’라는 사회적 메타포를 풀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제작 의도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복수와 성공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권력자가 된 뒤에도 정당성과 윤리는 어디서 오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구조였다. 일부 평론가는 “억울함과 후회라는 현재 사회적 정서를 회귀물이라는 장치로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즉, 이 드라마는 단순 오락을 넘어 ‘현대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와 계급 문제’를 은유적으로 담아내려 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4. 속도감, 반전, 권력게임의 쾌감
이 드라마가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인 재미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회귀물이자 권력 게임이라는 설정 자체가 신선했다. 평범한 비서가 재벌가 막내아들로 살아가며 권력을 휘두르는 상상은 대리만족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둘째, 빠른 전개와 잦은 반전이 강했다. 초반부터 권력 승계, 재벌 내부 암투, 투자와 인수합병 등이 속도감 있게 펼쳐지며 몰입도를 높였다. 셋째, 회귀물 특유의 ‘알고 있는 미래를 바꾼다’는 장치가 시청자에게 기대와 긴장을 동시에 안겼다. 과거의 굵직한 사건들을 주인공이 이용하는 모습은 ‘만약 내가 그 위치라면’이라는 상상을 자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부의 설정이 많은 시청자에게 허탈감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꿈이었느냐 현실이었느냐라는 열린 질문이 남으며 “용두사미”라는 평가도 받았다.
정리
『재벌집 막내아들』은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Power, money, class, revenge — 이 모든 키워드가 회귀 판타지라는 장치 속에 담겨 있으며, ‘내가 한 번 더 기회를 가진다면’이라는 욕망을 대리로 풀어냈다. 하지만 이 욕망이 끝났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권력을 잡았을 때 진짜 만족은 어디서 오는가? 이 드라마는 그 질문을 끝으로 남기며 마무리했다. 시청자는 막내아들이 된 주인공의 승리를 응원하면서도, 결말에서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결말인가”라는 여운을 갖게 되었다. 결국, 이 드라마가 남긴 메시지는 단순히 ‘성공하였다’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성공했는가’, ‘그 성공이 나를 변화시켰는가’였다. 권력 게임 속에서 선택하고 또 선택해야 했던 진도준/윤현우의 삶은 우리 모두의 두 번째 기회에 대한 상상을 대신한 것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흥미진진했지만, 그 끝에서 우리에게 묻는다 — “당신은 그 권력을 갖고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