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떼루아’는 와인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각자의 삶이 지닌 고유한 결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떼루아’라는 단어는 단순히 포도의 산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 사람이 살아온 환경과 경험, 가치관이 만들어낸 고유한 성격과 삶의 방향을 상징한다. 작품은 경쟁과 성공이라는 외형적 목표보다는,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인물들이 충돌하고 이해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빠른 전개나 자극적인 갈등 대신, 와인이 숙성되듯 천천히 쌓여가는 감정과 관계를 통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떼루아’는 결국 사람도 와인처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설득하는 드라마다.

서론: 서로 다른 토양에서 자라난 사람들
‘떼루아’의 시작은 가치관이 전혀 다른 인물들의 만남에서 출발한다. 와인을 대하는 태도, 일에 대한 관점, 성공을 바라보는 기준까지 모든 것이 다르다. 드라마는 이 차이를 갈등의 도구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토양에서 자라났기에 생길 수밖에 없는 시선의 차이로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인물들은 상대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자신의 방식만이 옳다고 믿는다.
서론에서 인상적인 점은 와인이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와인을 숫자와 성과로 판단하고, 또 다른 이는 시간과 감각으로 받아들인다. 이 대비는 곧 인물 간의 가치관 차이로 이어진다. 드라마는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려 들기보다, 장면과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본론: 경쟁 속에서 드러나는 진짜 가치
본론에서는 와인을 둘러싼 경쟁과 갈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떼루아’의 경쟁은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더 좋은 결과를 내는가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판단하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인물들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방식을 의심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성공이라는 개념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빠른 성과를 내는 선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만의 철학을 지키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인물 간의 충돌은 점차 이해로 변해가고, 그 변화는 극적인 사건보다는 작은 선택의 누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떼루아’는 관계의 변화를 섬세하게 다룬다. 처음에는 대립하던 인물들이 서로의 방식을 조금씩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과정은 이 드라마의 중요한 축이다. 경쟁 속에서도 존중이 생기고, 비교 속에서도 각자의 길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들은 작품 전반에 안정적인 설득력을 더한다. 이 느린 변화는 와인이 숙성되는 시간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결론: 사람도 결국 자신의 떼루아를 따른다
‘떼루아’의 결론에 다다르면, 제목이 가진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이 드라마가 말하는 떼루아는 와인의 맛을 결정짓는 요소이자, 한 사람의 삶을 만들어온 시간과 환경이다. 인물들은 경쟁과 갈등을 거치며 타인의 방식을 흉내 내기보다, 결국 자신이 서 있는 자리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받아들이게 된다.
모든 갈등이 완벽하게 해소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는 각 인물이 자신의 기준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빠르게 결과를 내는 삶과 천천히 축적되는 삶 중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선택이 존중받을 때 비로소 진짜 성장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떼루아’는 화려한 연출이나 자극적인 전개보다는, 사람과 삶의 결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드라마다. 와인이 시간을 통해 깊어지듯, 사람 또한 자신만의 떼루아 속에서 성숙해진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직업 드라마를 넘어, 삶의 속도와 가치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남는다.
